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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에 주목한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고

동감에 주목한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고

                                                                                      - 애덤 스미스,도덕감정론』, 김광수 옮김, 한길사, 2016 리뷰

      

   애덤 스미스는 최초의 본격적인 경제학 저서인 국부론의 저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국부론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와중에 의도치 않게 사회 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게 된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비유를 사용하며 개인의 자기애 추구의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한 것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타심의 가치를 도외시한 것으로 간혹 오해받는다. 더욱 심하게는 그를 경제적인 면에 대한 국가의 개입 필요성을 부정한 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을 선호한 인물로 여기고 시장만능주의의 창시자인 것처럼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는 국부론을 출판하기 이전에 도덕감정론을 펴내어 유명세를 전 유럽에 떨친 인물이며, 모교인 글래스고대학에서 12년 동안 도덕철학을 주로 연구하고 가르쳤던 도덕철학자였다. 심지어는 현명하고 덕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개인적 이익은 자신이 속한 계층이나 사회의 공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또한 그는 이러한 계층이나 사회의 이익은 그것의 상위에 있는 국가나 주권의 보다 큰 이익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는 모든 열위의 이익은 우주의 보다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즉 신이 직접적인 관리자며 지도자인, 사려 깊고 지성적인 존재들로 이루어진 그 거대한 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기꺼이 희생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라면서 공익이 사익보다 우선임을 도덕감정론에서 역설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언급은 국부론에서 개인의 자기애 추구가 사회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지적하며 나는 공공연하게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공공선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또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적은 것과 배치되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책을 번역하신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광수 교수님의 저서 애덤 스미스 정의가 번영을 이끈다에 의하면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들이 이른바 애덤 스미스 문제(Adam Smith Problem)’를 제기하면서 그가 30대 중반에 도덕감정론을 저술하고 출간할 당시는 인간의 본성 중 이타성을 강조한 이상주의자였으나 중장년이 된 이후에는 이기적인 본성을 인간 행동의 주요 동기로 본 현실주의자로 변신했다고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후대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그는 일단 존재론적 세계를 분석적 방법에 따라 정치와 법의 세계, 사회(공동체)적 세계, 경제의 세계로 가상적으로 분리한 뒤 그 고유의 운동 법칙을 고찰하려 하였으며, 환원 가능한 것처럼 복합다층적인 세계를 종합적 방법을 통해 총괄적으로 판단하는 연구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그는 차원 각자의 핵심 행위원리를 차원 1’인 사회의 세계의 경우에는 동감’, ‘차원 2’인 국가()의 세계에서는 사회 효용(동감을 바탕으로 한) 인간 본성인 정의감(분개심)’, ‘차원 3’인 경제(시장)의 세계에서는 교환 본능, 생활 개선 본능을 야기하는 자기애이 역시 배후에는 동감의 힘이 작용한다. - 로 여겼으며, 각각의 차원의 운동 법칙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심리와 행동 양태를 심층적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도덕감정론은 바로 애덤 스미스가 분석한 차원 1’의 세계인 사회(공동체)적 세계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차원 2’(법의 세계)의 핵심 행위원리인 정의감의 원천 또한 동감임을 밝히고 있다. “타인의 상황을 자신의 상황처럼 진지하게 고려하는” ‘상상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도 가능한” ‘동감만족의 또 다른 원천을 제공함으로써 환희를 활기차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마음이 그 비애의 순간에 거의 유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유쾌한 기분을 심어줌으로써 비애를 경감시킨다.” 스미스는 특히 다른 사람의 동감이 주는 감미로움은 이 동감을 얻기 위해 당사자들이 생생하게 기억을 되살려야 했던 그 슬픔의 쓰라림을 보상하고도 남으며, 반대로 불운한 사람들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모욕은 그가 겪은 불행을 경시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라고 적었는데, 이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슬픔을 많은 국민들의 위로를 통해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것과, 반대로 이 참사가 단순한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며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인이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것을 연상시킨다.


   한편 인간의 마음 속 공정한 관찰자는 도덕 판단의 주체로서 타인의 감정을 그 대상에 적합한 것으로 승인하면 그 감정에 완전히 동감하고, “또 다른 기회에 우리의 욕구를 한층 더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현재의 욕구를 더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현재의 욕구를 억제하도록 만드는 자기통제도 적정성의 측면에서 승인하여 우리 자신과 이웃 동료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재판관처럼 작용한다. 이는 결국 도덕의 일반원칙의 근원이 되며, “불의에 의하여 입은 침해를 보복하는 데 사용하는 폭력에 공감하고 이를 승인하는 덕목인 정의의 기반이자 법 · 제도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모든 실정법의 체계는 자연법학의 체계를 향한, 또는 정의의 개별적 규칙들의 열거를 향한 다소 불완전한 시도로서 간주될 수 있다. 정의의 침해는 사람들이 상호 간에 결코 수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 관리는 이 덕성의 실천을 강제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을 사용할 필요에 놓인다. (중략) 사람들 각자가 자기를 위해 정의를 집행하는 것에 수반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미 상당한 권위를 획득한 모든 정부통치에 있어서 위정자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수행하는 것을 국가과제로 삼아, 침해에 대한 모든 불평을 듣고 그것을 시정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 속 공정한 관찰자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타인의 처지를 제대로 동감하지 못할 때, 그리고 이로 인한 정의의 침해에 대해 분개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민주주의가 시작되기 이전인 약 200년 전에 살았던 스미스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소개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동감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인정 욕구에 의해 부자와 권세가를 존경하고 추종하며 그들에 버금갈 부와 권력을 추구하게 되는 인간의 양상 등 인간 심리의 여러 측면에 관한 통찰로 빛을 발한다. 스미스를 막연히 보이지 않는 손의 비유를 사용한 인물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그의 사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에게, 또는 인간의 여러 본성에 관한 고찰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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